국내 복권 수탁 사업자인 동행복권이 로또를 온라인상에서 판매하면서 사행성 우려가 있는 다수의 전자복권 소비를 부추긴다는 비판이 나오고 있다. 동행복권은 하루에 5000원(5게임)어치로 제한된 인터넷 로또의 구입을 위해 최소 2만원에서 최대 10만원의 예치금을 받고 있어 이자 수익을 불린다는 지적을 받고 있다. '동행'을 내세운 복권 수탁자 동행복권이 인터넷 로또를 미끼로 온라인에서 수익 극대화에 급급한 것 아니냐는 비판의 목소리가 크다.
도박 중독 치료·재활전문가들은 이를 '도박의 게임화(게이미피케이션·Gamification)'라며 우려한다.
김영호 을지대 중독재활학과 교수는 "도박은 빠른 회전성이 중요하다. 카지노 도박인 블랙잭은 5분 미만, 슬롯머신은 15초면 끝나는 이유다"며 "이런 도박은 그만큼 중독성이 강하다. 동행복권 사이트 내에서 5분 안에 결과가 나오는 전자복권 역시 '도박의 게임화'라고 볼 수 있다"고 말했다.
한국도박문제관리센터의 한 지역센터 전문 상담사도 "5분마다 결과가 나오는 전자복권 시스템은 불법 도박 사이트에서 진행하는 게임과 유사한 부분이 많아 주의가 요구된다"고 했다.
복권위원회 관계자는 "전자복권은 전체 매출액 중 비중이 5% 수준밖에 되지 않는다. 인터넷 로또가 시작된 지난 한 달간 전자복권 매출도 50억원 수준으로, 과거와 큰 차이가 없었다"고 반박했다.
도서·산간 지역민에게 로또 살 기회를 준다?… "실제 구매 여부는 모른다"
동행복권은 인터넷 로또 판매를 요구하면서 '기회의 공평'을 거론했다. 도서·산간이나 벽지에 거주하는 국민 또는 거동이 불편해 오프라인 복권 매장을 이용하지 못하는 이들에게도 공평하게 로또를 구입할 수 있는 기회를 주겠다는 것이다.
기재부 측은 "제4기 복권사업에서 새롭게 선보인 복권 서비스는 로또복권의 인터넷 판매와 전자복권 시스템에 블록체인 기술을 활용한 것"이라며 "기존 복권 판매점에서 판매되던 로또복권의 일부를 인터넷으로 판매함으로써 소비자의 복권 구매 편의성을 제고했다"고 말했다.
지난 2018년 로또 판매액은 4조3786억원에 달했다. 1일 평균 119억원이 팔린 셈이다. 이처럼 엄청난 매출을 올리고 있지만, 복권 수탁 사업자가 '기회의 공평'을 거론하며 인터넷 판매를 주장하는데, 이를 반대하는 집단은 없었다.
한 시민단체 관계자는 "기획재정부는 예산권을 갖고 있는 힘이 센 부처다. 정부가 나서서 '로또를 살 수 있는 기회의 공평'을 운운하는데 막을 방법이 없었다"고 털어놨다. 국회의원들과 시민사회는 "신용카드 사용만은 안 된다"며 막아설 수밖에 없었다는 전언이다.
그렇다면 애초 취지대로 인터넷 로또는 벽지에 사는 국민이나 거동이 불편한 이들에게 더 많이 팔렸을까.
기재부 측은 이 통계는 잡히지 않는다고 답했다. 복권위원회 관계자는 "그런 건 우리도 모른다. 실제로 인터넷 로또가 도서·산간이나 벽지에서 파는지 확인되지 않는다. 온라인 개인 정보를 열어 볼 수 없고, 그것만으로는 어디에 사는지 알 수 없다"고 말했다.
이는 처음부터 인터넷 로또가 벽지나 거동이 불편한 사람들 위주로 팔리는지 여부도 모르고, 알 수도 없으면서 사회적 약자를 판매 구실로 삼았다는 것이 될 수 있다. 일부에서 "인터넷 로또는 결국 국민을 동행복권 사이트로 끌어들이기 위한 핑계고 홍보 수단이다. 로또로 사람들을 유인한 뒤 전자복권 소비로 연결하려는 철저한 계산"이라는 비판이 나오는 배경이다.
강신성 중독예방시민연대 사무총장은 "인터넷 로또는 시작할 때부터 일종의 '꼼수'였다. 동행복권 측이 이런 사실을 몰랐을 리 없다"며 "국민이 사행 행위를 하는데 정부가 추가 사행 행위를 유발하게 만드는 장치를 마련해 준 셈이다. 이는 굉장이 위험한 것"이라고 말했다.
국회·학계·시민사회, "예치금·사행 조장 전자복권 문제 해결하라"
시민사회 단체와 여야 국회의원들은 동행복권의 인터넷 로또 구매를 통한 여타 전자복권의 연결 가능성을 우려한다.
문화체육관광위원회 청원심사소위원회 위원장인 이동섭 바른미래당 의원은 "동행복권 사이트를 둘러보면, 사행성 조장 측면에서 카지노와 여러 면이 닮아 있는 모습을 찾을 수 있다"고 지적했다. 이동섭 의원은 "당첨금, 등수별 당첨자 수, 등수별 지급액, 평균·최고·최저 당첨금까지 자세하게 소개돼 있다. 그러나 판매에 대해선 총판매 금액만 간략히 쓰여 있다"며 "즉, 로또 구매자의 관심이 시행 횟수가 아닌 당첨에 집중되게 만드는 방식"이라고 했다.
이동섭 의원은 "동행복권이 사이트에서 온라인 판매를 하는 방식을 보면, 사행성 조장을 부추기고 있다고 생각한다"며 "이는 복권의 본 목적인 ‘공익사업 자금 조성을 통한 사회발전 공헌’ ‘생활 속 건전한 오락’과 전혀 부합하지 않는다"고 말했다.
그는 "정부는 이를 방관하지 말고, 복권위원회를 통해 동행복권의 사행성 조장 시스템을 없앨 수 있도록 해야 한다"고 일갈했다.
기획재정위 소속 서형수 더불어민주당 의원도 "인터넷 로또의 1일 판매 상한액과 최소 예치금의 불일치로 인터넷 로또 구매가 조장되는 것은 문제가 있다"며 "본래 취지대로 시행될 수 있도록 예치금 제도 개선이 필요하다"고 지적했다.
또 서 의원은 "복권 사이트 내 전자복권 게임으로 연결은 예치금 문제에서 파생된 사안으로 보인다. 개선해 사행성 우려가 있는 게임의 과몰입 방지가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김영호 교수는 "복권은 사회의 공적자금 확보를 위한 마음으로 사야 한다. 그러나 복권 수탁 사업자를 민간에 위탁하다 보니 사업 성과를 판매액과 연동할 수밖에 없는 현실"이라고 지적했다. 그는 이어 "정부는 사행사업을 포장하는 것을 그만두고, 거기서 나오는 조세에 얽매여선 안 된다. 도박으로 국민이 입는 피해가 더 많아지기 때문"이라고 했다.
강신성 사무총장은 "복권 운영을 동행복권이라는 민간단체에 주고, 수익도 정부가 아닌 사회복지공동모금회 등에 일부 들어가면서 문제가 생긴 것"이라며 "로또와 복권은 국민에게 헌혈받아서 국민에게 수혈하는 구조"라고 말했다.
복권위원회 관계자는 "정부는 복권을 팔아서 돈을 벌 생각이 없다. 여러 개인 사이트가 난립해 사행성이 과열되는 것을 막기 위해 국가가 운영하는 것이다. 로또나 복권에 관한 모든 결정을 할 때 사행성이 제1 원칙"이라고 말했다.
서지영 기자 seo.jiyeong@jtbc.co.kr